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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예화
2025.04.13 09:57

보랏빛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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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향기

 

사순절이 돌아왔다. 사순절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펴지는 계절을 관통한다.

한 달 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서 보랏빛 겨울눈이 눈에 들어왔다. 라일락의 꽃눈이었다. 꽃눈은 주먹처럼 단단하고 굳건했다. 묘한 위엄이 느껴질 정도였다. 보라색, 곧 자색은 예로부터 고귀함을 상징했다. 로마 제국에서는 고귀한 자, 곧 황제의 색깔이었다. 예수님이 빌라도의 법정에 끌려가 십자가형을 언도받고 나왔을 때 군인들은 예수님에게 보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씌웠다. 유대인의 왕이라고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성큼 다가온 봄기운에 겨울눈이 벌어져 연녹색 잎과 봉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활절이 되면 꽃망울이 터질 것이다. 이 나무 앞을 무심히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출 정도로 만개하면 좋겠다. 꽃송이마다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을 달래겠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고후 2:15)라면 조용하고 성실하게 꽃을 피우는 라일락에 한 수 가르침을 받아도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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