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 -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국내에는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이 있다. 섬티아고는 전남 신안군이 지난 2020년 조성한 걷기길로,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등 신안 앞바다에 보석처럼 박힌 5개 작은 섬을 연결해 만들었다. 여기에 '12사도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이곳에 예수의 12제자 이름을 딴 12개의 예배당이 있어서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이하는 첫번째 예배당이 '건강의 집'으로 명명된 베드로의 집(①)이다. 김윤환 작가의 작품인 이 건축물은 그리스 산토리니에서나 봄직한 푸른 둥근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어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흰색 회벽으로 만들어진 예배당 앞에는 순례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어 예배당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방파제 겸 선착장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약 600m 지점에 두번째 예배당 안드레아의 집(②)이 우뚝 서있다. 지붕 위 첨탑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앉아있는 이 예배당은 이원석 작가의 작품으로, 신안군이 붙인 이름은 '생각하는 집'이다. 또 예배당 내부에는 도자기로 만든 십자가가 벽 속에 박혀있어 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안드레아의 집 너머 연못을 지나면 '그리움의 집' 야고보 예배당(③)이 나온다. 벽면에 뚫린 다섯 개의 구멍을 통해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이 인상적인 이곳을 되돌아 나오면 돌담이 예쁜 집들과 폐교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생명평화의 집' 요한의 집(④)을 만나게 된다. 하얀 원형의 외곽에 지붕과 창을 스테인드 그라스로 장식한 이 건물 앞에는 아름다운 염소 조각이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음은 장 미셸 작가가 지은 '행복의 집' 필립의 집(⑤)이다.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노둣길 입구에 서있는 이 집은 뾰족한 철탑 끝에 물고기 조형물이 달려있어 이곳이 바다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섬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노둣길이란 섬과 섬 사이 갯벌에 돌을 쌓아 만든 일종의 징검다리로 하루에 두 번씩 물에 잠겨 신비로움을 더한다.
여섯번째 바르톨로메오의 집(⑥)은 물 위에 떠있는 예배당이다. '감사의 집'으로도 불리는 이 작은 예배당을 지나면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연결하는 길 끝에서 '인연의 집' 토마스의 집(⑦)과 만난다. 푸른 초원 위에 단정한 사각형 형태로 지어진 이 예배당 왼쪽 벽면엔 오병이어(五餠二魚) 부조가 새겨져 있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기쁨의 집'으로 명명된 마태오의 집(⑧)은 지역의 상징인 갯벌 위에 우뚝 서있다. 러시아 정교회 건축을 연상시키는 황금색 양파 지붕이 인상적인 이 예배당을 지나 소악도와 진섬으로 들어서면 작은 야고보의 집(⑨)과 유다 타대오의 집(⑩), 그리고 시몬의 집(⑪)이 순례자를 기다린다. 일명 '소원의 집'과 '칭찬의 집', 그리고 '사랑의 집'이다.
순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은 '지혜의 집' 가롯 유다의 집(⑫)이다.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의 이름을 딴 이 예배당은 모래 해변을 건너야 닿을 수 있는 작은 무인도, 딴섬에 외로이 서 있다. 외형적으로는 12개 예배당 가운데 가장 종교적 색채가 강해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