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결혼하기 전날 밤. 신랑 신부와 우리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한 덩어리의 빵과 한 잔의 포도주를 나눠 먹었다. 나는 엄숙하게 선포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자기 몸을 주신 것처럼, 남편과 아내가 먼저 서로를 위해 자기를 내어줄 때 행복한 가정이 된다는 진리를. 우리는 함께 손잡고 기도하며 새로 탄생하는 부부를 축복했다. 성찬식은 짧았지만 성스럽고 은혜로웠다. 내가 결혼 준비로 바쁘고 피곤한 아이들과 함께 굳이 성찬식을 가진 것은 여기에 내가 깨달은 결혼생활의 비결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부부는 ‘거듭 태어난 부부’다. 우리는 신혼 초부터 신앙 빼고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출신도 성격도 입맛도 습관도 모두 달랐다. 결혼생활은 삐걱거렸다. 그러다 내가 마흔 넘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만나 회심하면서 결혼생활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집에서 받으려고만 했는데 주는 것이 더 좋아졌다. 우리는 이제 상대의 필요를 먼저 살피려 한다. 같이 있으면 더 편하다. 주의 성찬에서 배운 신비로운 지혜가 힘들었던 우리 결혼생활을 다시 살려냈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