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by 예배자 posted Jun 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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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이라는 말마따나 꽃은 원래 잠깐 피었다가 진다. 그 잠깐을 연이어 집중하다 보니 주위가 온통 새파랗게 변한 줄 몰랐다. 아까시 꽃향기가 지천으로 퍼지는 사이에 일찍 피었던 매화 산수유 벚꽃 앵두는 벌써 초록빛 열매를 맺었다. 이 작은 열매들은 아직 이파리와 비슷한 초록색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남들이 보든 말든 부지런히 열매를 맺은 식물의 성실함이 대견하고 부럽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에는 꽃의 여왕 장미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지만 초록 열매들처럼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꽃들도 등장한다. 이런 꽃들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향기도 없다. 감꽃이 대표적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감꽃을 먹었다고 들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감꽃을 얼마나 먹어야 배고픔이 사라졌을까.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가을이면 가지마다 주먹만 한 주홍빛 열매를 가득히 맺을 것이다.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까치밥으로 남을 귀한 감이 되겠지. 나도 그런 열매가 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포도나무에 비유하신 분이 말씀하셨다.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마 7:17)

 

정혜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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