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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모든 것이 은혜

 

지난주 일요일 늦은 오후, 월드컵 열기에 막 불이 붙기 시작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닿는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인파로 가득 찼다. 이름하여 ‘서울교구 성가제’였는데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합창대회 이후로 30여년 만에 처음 출전했다. 말만 서울이지 강화도부터 경기도, 강원도를 아우르는 행사였다. 경연 형식을 취한 축제이기에 교회를 대표해 출전한 성가대원과 응원단은 순수하게 기복적으로 우승을 노리는 기도를 드렸다. 주님의 자녀들이 서로 1등을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니 주님도 상당히 난감하실 뻔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순서로 인천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교회 어르신 이십여분이 출전하셨다. 브로콜리처럼 파마한 머리 스타일로 통일한 할머님들과 주름살과 검버섯이 가득한 할아버님들, 허리가 기역자로 완전히 구부러진 한 어르신….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없는 은혜….” 음정도 박자도 살짝살짝 맞지 않는, 화려한 화성도 없는 이 노래가 대성당의 높은 천장에 공명할 때 1등은 확정됐다.

정혜덕 작가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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