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난 분꽃 씨앗
여름은 가물고 가물더니 처서를 지나며 비가 자주 내렸다.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건드리면 바스러질 것만 같았던 식물이 초록빛을 되찾았다. 아파트 단지 마을버스 정류장 옆 화단의 분꽃 꽃망울도 촉촉해졌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 작고 까만 씨앗이 한두 개 맺혀 있었다. 안심이 됐다.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매년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그리스도의형제교회들은 창조절기(Season of Creation)를 지킨다. 내가 속한 성공회를 비롯해 여러 교회가 교파를 초월해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고 창조 세계를 위해 기도하며 행동한다.
니케아신경에 고백한 대로 하나님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이시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다면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좋았더라고 말씀한 그분의 고백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후위기의 세상을 구할 책임은 그 누구보다도 우선적으로 그리스도인에게 있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우리 교회 청년들은 다가올 기후정의행진에 쓸 깃발을 만드는 중이다. 탄소 발자국을 줄여 생명을 보존하자고 함께 외칠 것이다. 온 교회가 시민들과 함께 걸을 날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정혜덕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