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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하나님께서는 창조하신 세계를 권능으로 양육하시고 유지하시며 섭리로써 그 모든 부분을 다스리신다.

 

(하나님의 특별 섭리는 철학자들의 견해와는 상반된다. 1-4)

1. 창조와 섭리는 분리될 수 없다.

하나님의 섭리를 모르면 아무리 마음으로 이해하고 말로 고백한다 하더라고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가를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만물의 창조주시라는 것을 발견한 즉시 그가 만물의 통치자요 보호자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10:29; 33:6, 13). 만일 하나님께서 우주의 창조주가 아니라면 하나님께서 인간사를 돌보신다는 것은 믿지 못할 것이며, 또한 하나님께서 피조물을 돌보신다는 확신이 없이는 우주가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되었다는 것을 아무도 신중히 믿지 않을 것이다.

 

2. 운명이나 우연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차이점을 한층 더 명백히 하기 위해 우리는, 성경의 교훈대로 하나님의 섭리는 운명이나 우연한 사건과는 정반대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의 이성은 모든 사건들을 그것이 번영이든 불행이든 모두 운명으로 돌린다. 그러나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10:30)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교훈을 받은 자라면 누구나 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 원인을 볼 것이며 하나님의 은밀하신 계획에 따라 만사가 지배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태양의 힘보다 더 놀랍고 더 빛나는 힘을 가진 피조물은 없다. 태양의 그 빛과 광선과 열로 모든 생물을 기르며 소생시키고 풍요함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 모든 것들을 위한 전적인 영광을 요구하시기 위해, 태양을 창조하시기 전에 먼저 빛이 있게 하시고 땅이 각종 풀과 과실로 충만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1:3, 11, 14).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태양 없이도 스스로 일하시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으셨다. 여호수아가 기도할 때 태양이 한 자리에 머물렀고(10:13), 히스기야 왕을 위해 태양 그림자가 10도 물러갔다는 것을(왕하 20:11; 38:8) 우리는 성경에서 읽게 된다. 이러한 이적을 통해 태양의 매일의 출몰은 자연의 맹목적인 본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부성적(父性的)인 은총을 새로이 기억할 수 있도록 태양의 운행을 지배하신다는 것을 입증하셨다. 겨울어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일련의 순서에는 매우 커다란 그리고 한결같지 않은 다양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하나님의 새롭고 특별한 섭리가 매년, 매월, 매일을 지배하신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3. 하나님께서는 섭리로 만사를 지배하신다.

그리고 확실히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전능을 주장하시는 동시에 이 전능을 우리가 인식하기를 원하신다. 실로 전능은 일단 정해진 수로를 따라 흐르도록 강에게 명하는 그런 혼란한 운동의 일반적인 원리가 아니라 개개의 특수한 운동을 향해 작용하는 권능이다. 하나님을 전능하신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지를 섭리로 다스리시며 자기 뜻에 따르지 않고는 아무것도 발생하지 못하도록 만물을 조정하시기 때문이다(115:3). 이는 역경에 처했을 때 신자는, 그 모든 일이 하나님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하나님의 명령이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바로 찬양하는 자들은 여기에서 두 가지 유익을 얻게 된다. 첫째, 천지를 소유하시며 모든 피조물을 진심으로 순종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저들을 축복하시기에 풍부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다. 둘째, 저들이 하나님의 보호 속에서 안전하게 쉴 수 있다는 점이다(10:2).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재난이 어디서 오든 그것들을 다 자신의 의지에 예속시키시고, 자신의 권위로 극도로 광포하고 또 온갖 장비를 갖춘 사탄을 억제하시며 우리의 안녕과 반대되는 것은 모두 그의 명령에 복종시키시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피조물에게서 위협을 받으며 강한 공포를 느낄 때마다 마치 그 피조물에게 우리를 해칠 수 있는 어떤 고유한 힘이나 있는 것처럼, 혹은 그것들이 우연하게나마 우리에게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것처럼, 또는 하나님께는 그것들의 해로운 행위를 물리치고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없는 것처럼 우리가 무서워 떤다고 하면, 이것은 미신적으로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불신앙에서 피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다음과 같은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 피조물에게는 기이한 힘, 기이한 활동, 기이한 운동이 없으며, 하나님의 은밀한 계획에 따라 모든 피조물은 지배를 받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스스로 아시며 원하셔서 결정하시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 섭리의 성질

그러면 첫째로, 섭리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하늘에서 팔짱만 끼고 지켜 보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쇠의 관리자로서 모든 사건을 지배하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독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섭리라는 말은 하나님의 눈에 못지 않게 그의 두 손에도 속한다. 아브라함이 아들에게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22:8)고 하였을 때, 섭리는 행위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단순한 예지에 대하여 크게 떠벌리는 것은 지나친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 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의 계획에 따라 스스로의 행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들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우주와 인간사 그리고 인간 자신은 하나님의 권능으로 다스려지기는 하나, 하나님의 결정에 따라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들의 생각의 요점이다. 하나님은 게을러서 활동하시지 않는다고 상상하는 에피큐로스 학파(이 질병은 항상 세계에 충만하다)와 이에 못지 않게 어리석은 사람들, 곧 하나님은 공중의 상반부(上半部)는 지배하고 그 하반부(下半部)는 운명에 맡긴다고 공상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나는 말하지 않겠다. 말 못하는 피조물들까지도 그 엄청난 광란에 대하여 충분히 부르짖고 있지 않는가?

 

(일반 섭리와 특별 섭리)

그러므로 이제 나는 거의 일반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견해를 반박하고자 하는데, 이 견해는 하나님을 일종의 맹목적이며 모호한 운동으로 인정할 뿐 하나님께서 무한한 지혜로 만물을 지도하시며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배치하시는 주요사(主要事)를 그에게서 박탈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견해는 하나님을 이름만의 우주의 통치자일 뿐 실제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는 하나님에게서 지배력을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묻고 싶다. 지배한다는 것은 지휘하는 것들을 결정된 질서에 따라 권위로 지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그러나, 우주가 하나님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이 제정하신 자연의 질서를 보존하실 뿐만 아니라 그가 만드신 피조물 하나하나를 특별히 돌보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들이 인정하기만 한다면 나는 저들이 말하는 일반 섭리에 대하여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겠다. 마치 만물이 하나님의 영원하신 명령에 순종하고 하나님께서 일단 결정하신 것은 저절로 운행되어 나가는 것처럼 여러 종류의 사물이 자연의 은밀한 충동에 의하여 움직인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5;17; 17:28; 1:3). 그러나 저들은 이것을 구실로 해서, 의심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확실하고 명백한 성경의 증거로 확증된 그 특별 섭리를 부당하게 가리고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저들은 이것을 특수한 행동에만 잘못 국한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개개의 사건들을 조정하시며 이 사건들은 모두가 하나님의 결정된 계획에서 나왔기 때문에 우연히 발생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성경이 입증하는 특별 섭리에 대한 교리, 5-7)

5. 하나님의 섭리는 또한 개개의 사건들을 지도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율법서와 예언서에서 이슬과 비로 땅을 적실 때마다 자신의 은총을 스스로 증거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씀하셨으며(26:3-4; 11:13-14, 28:12), 또 그의 명령으로 하늘이 철과 같이 굳어지고(26:19), 곡식 밭이 충해와 다른 재앙들로 손상을 입게 되며(28:22), 우박과 폭풍우로 전답이 해를 당할 때마다(28:2; 2:17) 이것들은 하나님의 확실하고 특수한 보응의 표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만일 이 사실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하나님의 확실한 명령이 없이는 한 방울의 비도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실로 다윗은 우는 까마귀 새끼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147:9) 하나님의 일반 섭리를 찬양한다. 성부의 뜻이 아니면 보잘 것 없는 작은 참새 한 마리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님은 말씀하셨다(10:29). 하나님께서 명확한 계획에 따라 새들을 날게 하시는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마땅히 선지자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호와 우리 하나님과 같은 자 누구리요 높은 위에 앉으셨으나 스스로 낮추사 천지를 살피시고”(113:5-6).

 

6. 하나님의 섭리는 특별히 인간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우주가 특별히 인류를 위하여 만들어졌음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하나님의 통치에 있어서도 역시 이 목적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10:23). 솔로몬도 사람의 걸음은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나니 사람이 어찌 자기의 길을 알 수 있으랴”(20:24)라고 말하였다. 하나님의 권능이 없이는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저들은 아마 이것을 부정할 것이다. 그러나 선지자와 솔로몬은 권능뿐만 아니라 선택과 결정을 모두 하나님께 돌리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저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른 곳에서 솔로몬은, 마치 하나님의 손으로 인도함을 받지 않는 것처럼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신의 목적을 스스로 정하는 자들의 이 경솔함을 훌륭하게 책망하고 있다(16:1, 9). 하나님의 허락이 없이는 한 마디도 말 할 수 없는 비참한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어리석은 일이다.

실로 성경은 하나님의 결정이 없이는 세상에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다 명백하게 설명하기 위해 가장 운명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다 하나님께 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21:13; 16:3; 29:13; 참조, 22:2; 75:6-7).

 

7. 하나님의 섭리는 자연발생 사건들도 조정한다.

나는 또한 개개의 사건도 하나님의 개별적 섭리의 성격을 일반적으로 증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광야에서 바람을 일으켜 많은 새들을 자기 백성에게 보내 주셨다(16:13; 11:31). 요나를 바다에 던지려 하셨을 때 하나님께서는 강한 바람을 보내 폭풍을 일으키셨다(1:4). 하나님을 우주의 통치자로 생각지 않는 자들은 이것을 사물의 통상적인 과정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사실에서, 하나님의 특별한 명령이 없이는 바람이 일어나지도, 불지도 못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만일 하나님이 그렇게 하여 자신의 특별한 권능을 실제로 나타내 보이지 않으셨다면, “구름으로 자기 수레를 삼으시고 바람 날개로 다니시며 바람으로 자기 사자를 삼으시며 화염으로 자기 사역자를 삼으시며”(104:3-4)라고 하신 말씀은 사실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역시 바다가 강한 바람으로 거센 파도가 일 때마다 그것은 하나님의 특별 임재에 대한 강력한 증거임을 성경에서 보게 된다(107:25, 29; 4:9).

또한 인간에게는 본래의 생식력이 주어져 있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어떤 사람에게는 자손이 없게 하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자손을 주셨는데,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것을 특별한 은총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하신다(참조, 113:9). 이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127:3)이기 때문이다(참조, 30:2).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편으로는 여호와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 귀는 저희 부르짖음에 기울이시는도다”(34:15)라는 말씀과, 또 한편으로는 여호와의 얼굴은 행악하는 자를 대하사 저희의 자취를 땅에서 끊으려 하시는도다”(34:16)라는 말씀을 성경에서 읽게 된다. 우리는 이 두 말씀에서, 천상천하에 있는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께 순종하기로 되어 있다는 것과 하나님은 기뻐하시는 방법대로 어떤 모양으로든 그것들을 사용하신다는 것을 확신하자. 여기서 우리가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일반 섭리는 피좀루 가운데서 역사하여 자연의 질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놀라우신 계획으로 본래의 확실한 목적에 부합되도록 그것들을 사용하신다는 사실이다.

 

(운명, 우연, 우발성, 8-9)

8. 섭리의 교리는 스토아 철학의 숙명론이 아니다.

우리는 마치 이 숙명론을 믿고 있는 것처럼 거짓되게 또는 악의에 찬 비난을 받고 있다. 우리는 스토아 학파처럼, 자연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인과(因果)의 영속적인 관계와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련의 연속에서 파생되는 필연이라는 것을 고안해 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하나님을, 멀고 먼 영원으로부터 그가 하시고자 하시는 일을 지혜로 작정하시고 일단 작정하신 것을 지금은 권능으로 수행하시는 만물의 지배자요 통치자로 삼는다. 여기서 우리는 하늘과 땅 그리고 무생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계획과 의지까지도 하나님의 섭리로 다스림을 받아 지정된 목적으로 향하게 된다는 것을 단언할 수 있다. 어거스틴은 만일 무엇이든지 모두 운명에 맡겨 버린다면 세계는 목적 없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주장하였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그는 만사가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자유 선택으로 부분적으로는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서 진행된다고 주장했지만, 곧 이어 그는 인간은 섭리에 종속되어 있는 동시에 또한 섭리의 지배를 받는다고 충분히 논증하면서 무슨 일이든지 하나님의 명령 없이 발생한다는 것보다 더 불합리한 일은 없다는 원리를 취하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되는 대로 발생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그는 또한 어떠한 우연한 일도 인간의 의지에서 기인된다는 것을 배척하였다. 그는 한층 더 명백하게, 우리는 하나님의 의지의 원인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자주 사용한 허용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이해되어야 하는가는, 하나님의 명령이나 허락이 없이는 어떠한 사건도 발생할 수 없으며 따라서 하나님의 의지는 만물의 최고의 원인이며 제1 원인이라고 그가 증명한 데서 가장 잘 나타날 것이다.

 

9. 모든 사건의 참된 원인은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둔한 마음은 하나님의 섭리의 높이까지 미치기에는 너무나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어떤 구별을 지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만물이 하나님의 계획에 의해 확실한 분배에 따라 제정되었으나, 그것들이 우리에게는 우연적이라고 구별을 지으려고 한다. 이것들의 질서, 이유, 목적, 필연성은 그 대부분이 하나님의 목적 가운데 감추어져 있고 인간의 생각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하나님의 의지로 발생하는 것들도 운명적인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 자체의 성질에 따라 생각되든 우리의 인식이나 판단에 따라 평가되든, 그것들은 표면상으로는 다른 모습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어떤 상인이 일단의 정직한 사람들과 함께 삼림 속에 들어갔다가 잘못하여 일행을 잃고 헤매다 마침내는 도적을 만나 살해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하나님은 그의 죽음을 선견(先見)하셨을 뿐만 아니라 또한 작정하셨던 것이다. 이것은 각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오랫동안 연장될 것인가를 선견하셨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제한을 정하여 넘어가지 못하게 하셨다”(14:5)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과 능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우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는 그런 죽음의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때 성질상 우연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섭리가 운명을 다스리며 그 목적을 향해 운명을 지도하신다는 사실 또한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똑같은 평가는 미래의 우발적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이런 의미에서 운명이라는 말이 전도서에서 자주 사용되었는데(2:14-15, 3:19, 9:2-3, 11) 인간은 처음 보아서는 깊이 감추어져 있는 제1 원인을 통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연으로 보이는 것도 신앙은 그것을 하나님의 은밀한 추진이었다고 인정한다.

원인이 항상 동일할 수는 없지만,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일체의 변동이 하나님의 손의 은밀한 활동에서 온다는 것은 분명히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것은 필연적으로 발생되지만, 그 필연은 절대적인 것도 아니며 그 자체의 특수한 성격으로 말미암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은 상대적 필연성절대적 필연성의 구별 또는 당연한 필연성필연적인 결과를 구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스도의 뼈는 상대적으로 또는 당연하게 부서질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19:33, 36) 실제적으로는 이를 부러지지 않게 하심으로써, 절대적 필연성 또는 필연적인 결과 아래 있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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