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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웬의 죄 죽임해제-김남준 목사

 

 

1. 죄 죽임의 저술 배경

존 오웬이 죄 죽임에 관하여를 설교할 당시는 기라성 같은 청교도들이 활동하고 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종교개혁자들이 전해 준 복음적인 경건이 사라지던 시대였다. 한편으로는 아르미니우스주의와 소키누스주의와 같은, 복음으로부터 멀어진 도덕주의를 가르치는 개신교의 그릇된 가르침과 가톨릭의 예배 형식을 흉내 내는 영국 국교회의 고교회(high church)적 분위기에서는 복음적인 경건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톨릭적인 가르침들이 여전히 대중화되어 그릇된 방법으로 복음적 경건을 흉내 내려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곧 고행, 훈련, 특별한 복식, 수도자적인 삶 같은 것들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이 기도와 금식, 자기 성찰, 묵상 등을 강조하지만 그 방법을 복음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참된 경건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 죄 죽임에 있어서 영적인 원리들이 상당 부분 무시되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그릇된 교리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말씀 앞에서 자기를 낮추고 깨뜨려 복종하게 하시는 성령님의 은혜를 구하는 참된 경건을 거부하는 시대적인 정신 때문이다.

존 오웬이 옥스퍼드 대학에 깊이 관여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던 불경건과 게으름, 복음적 원리에서 이탈한 종교적인 습관들을 발견하였고 이로 인해 그는 이 설교를 전달해야 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 당시에 이미 존 오웬은 영국 안에서 참된 복음적인 경건이 사라졌으며 그 핵심인 죄 죽음의 삶이 잊혀져 버렸다고 탄식하였는데 이를 보더라도 그 당시에 이 주제로 설교하는 것이 얼마나 낯선 것이었으며 동시에 필요성에 있어서는 얼마나 절실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오웬의 죄 죽임에 대한 이 논문이 종교개혁자들의 탁월한 경건과 그 경건의 실천에 대한 스콜라주의적인 논설을 정통주의의 성경해석의 기초로서 우리 개혁파 정통주의의 경건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2. ‘죄 죽임의 의미

존 오웬에게 있어 죄 죽임이란 영혼 안에 있는 경향성으로서의 죄를 약화시키고 소멸함으로써 그의 고유한 작용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가 죄를 죽인다는 것은 완전히 죽여 존재하지 않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을 지향점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현세에서는 불가능하다. 죄 죽임은 곧 하나님을 거스르며 살고자 하는 인간 마음의 성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안에서 정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도록 그 힘을 죽이는 것이다.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8:13)에서 육신’(사르카, σαρκα)죄된 육체(sinful flesh)’를 가리킨다(고후7:1). ‘영으로써(프뉴마티, πνεματι)’는 죄 죽임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성령님이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진정으로 거듭난 신자는 이 세상에서 행복해지기보다 거룩해지기를 열망한다고 판단하는데, 죄 죽임이 없이는 이러한 거룩함을 삶 속에서 이룰 수도 없고, 그리하여 하나님을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도, 또 창조주이시고 구속주이신 그리스도께 영광을 돌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3.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과 죄 죽임

오웬 신학에 있어서 성화의 목표는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이다. 하나님의 형상은 도덕적인 형상으로서 타락한 인간에게는 상실되어 없지만, 넓은 의미에서 모든 인간에게는 영적인 정신적인 기능 안에 이것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모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로 본다. 좁은 의미에서는 중생한 신자만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도록 작정되었는데, 이 형상이 완전하게 회복될 때 그는 그리스도를 온전히 닮게 될 것이다. 즉 신자가 성화의 길을 걸어 참된 하나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이 참된 사람의 길이라면, 죄는 이러한 하나님의 형상의 온전한 회복을 가로막는 유일한 방해물이다.

거듭난 신자 안에는 성령의 소욕을 따라 살고자 하는 중생한 본성이 있다. 이 본성은 죄를 죽이는 하나님의 은혜의 공급을 갈망하게 되는데, 죄 죽임의 실천은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가 신자 안에 더욱 풍성하게 역사하게 하는 하나님의 방법에 참여하는 것이다. 죄 죽임의 실천에 자신을 바치는 모든 신자는 은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의 공로를 믿음으로 의지하는 가운데 하나님께 매달리게 된다. 이러한 삶의 반복을 통해 신자는 정욕을 이기고 은혜의 원리를 따라 살게 된다는 것이다.

 

 

4. 완전한 구원과 불완전한 완성 사이에 있는 인간

존 오웬이 이 논문의 기초 본문으로 택한 로마서 813(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는 신자가 성화에 있어서 이미(already)”아직(not yet)” 사이에 있는 존재, 다시 말해 신자가 받은 구원은 완전하지만 그는 아직 하나님의 형상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까지 완성되지 못한 존재라는 현실과 그 원인이 되는 죄의 실존 그리고 그 죄의 소욕대로 살아갈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신자의 내적 상태 등에 대한 교리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그러한 내면의 상태에서 반드시 나타나게 될 육신의 악한 행실을 근절하는 방법은 육체를 괴롭히는 경건의 모양이 아니라 오직 성령님이심을 강조한다. 인간은 의지를 가지고 이 일에 협력함으로써 영적인 활기와 은혜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존 오웬은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는 신자의 자유를 이중적으로 말한다. 첫째는 외적 신분의 자유이다. 이것은 법정적 칭의와 관련이 있다(8:1). 둘째는 내적 상태의 자유이다. 이것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중생의 효과이다. 존 오웬에게 있어서 중생(regeneration)은 인간 전체에 대한 재창조(recreation)이다. 오웬의 판단에 따르면, 중생은 도덕적 개선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새롭고 신비한 내적 성향이며, 권세인 동시에 영적인 능력이다. 중생된 신자에게 죄는 잔존하고 있으나 신자를 향해서는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신자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신 안에 융성할 수 있는 죄의 상대적인 지배를 경계하며 부지런히 죄를 죽이는 삶으로써만 현실 생활에서 그리스도의 풍성한 생명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5. 죄 죽임과 오웬의 언약 교회

죄 죽임과 관련해 은혜 언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얼핏 오웬의 성화론을 대하는 사람들이 그를 율법주의라고 판단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혁 신학 안에서 언약은 구속 언약, 행위 언약 그리고 은혜 언약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오웬은 모세의 언약을 제 4의 언약으로 보았다. 모세의 언약은 이 세 언약의 영속적 성격과 함께 율법적이고 일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언약 안에 있는 구원받은 신자들은 성화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이점을 갖는다고 보았다. 첫째로 은혜 언약은 구원받은 신자들에게 죄에 대한 무한한 용서를 보증한다. 둘째로 은혜 언약은 구원받은 신자들에게 죄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무한한 은혜의 공급을 약속한다. 성령님은 이러한 은혜의 무한한 공급과 최종적 구원을 확증하는 보증이 되신다.

 

 

6. 죄와 관련된 영혼, 마음 그리고 의지

존 오웬의 작품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철학적 담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것은 존재론, 인식론, 인간의 의지론이다.

첫째로,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이다. 존 오웬의 죄와 관련된 논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혼과 마음 그리고 감각기관을 가진 육체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혼과 육체는 실체이고 마음은 영혼의 작용이다.

둘째로, 영혼과 실재하는 경향성으로서의 죄의 관계이다. 죄는 영혼 안에 있는 경향성(tendency)이다. 그리고 마음 안에서 영혼의 죄된 경향성은 악의 성향으로 나타난다. 악이란 하나님이 아닌 모든 것을 궁극적으로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며 추구하는 인간의 영혼과 정신의 작용에 대한 도덕적 평가이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에 대한 추구는 궁극적으로 인간 자신의 만족과 기쁨을 위한 것이다. 죄는 인간의 영혼 안에서 이러한 악을 지향하는 강한 경향성인데 이 경향은 필연적으로 마음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며 작용하게 된다.

셋째로, 마음과 작용하는 성향으로서의 죄의 관계이다. 영혼 안에 있는 죄의 경향성은 인간의 마음 안에서 성향(disposition)으로 작용한다. 이는 그 경향성이 실제의 삶으로 산출되기 위해서는 마음을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존 오웬에게 있어서 인간의 마음은 영혼의 경향성과 육체의 실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영혼은 하나님 홀로 주관하시는 곳이지만, 마음 안에서는 인간의 의지와 하나님의 은혜의 작용이 마주치게 된다. 성화의 신비는 바로 이들의 조화와 일치에 있다. 인간의 마음은 육체의 감관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세계로부터도 끊임없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영혼의 경향성에 의하여 지배를 받는다. 영혼 안에 있는 죄의 경향성이 강할수록 그와 합치하는 마음의 성향은 강한 힘을 갖게 되고 이러한 마음의 성향은 사람의 삶을 일정한 방향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넷째로, 마음과 작용하는 정동(情動, affection)의 관계이다. 사물들에 대한 인상이 인간의 정신에 전달될 때 그것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하여 받아들여진다. 하나는 그 사물이 무엇인지를 아는 인식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알 때 발생하는 호·불호(·不好)의 감정이다. 나는 후자를 가리켜 ()의 움직임정동이라고 부른다. 오웬에 의하면 인간의 의지는 이 정동의 방향을 따른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정동을 그의 삶의 방향타(helm)'라고 불렀다.

존 오웬은 육체의 감관을 통해 들어오는 많은 정보를 욕망과 함께 그릇 해석하는 마음의 혼란이 인간의 죄의 경향성에 힘을 실어 준다고 보았다. 이에 대한 치유책으로 지성으로써 믿음을 사용하여 사물의 본질을 보고 또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을 생각하는 것을 들었으며 이것으로써 마음을 지킬 수 있다고 보았다.

다섯째로, 마음의 작용과 의지의 자유 문제이다. 타락한 인간은 창조 시 부여받은 완전한 의지의 자유를 상실했으며 선택하는 모든 것에 영적인 선이 없는 악일뿐이다. 중생한 신자의 의지는 이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죄가 잔존하고 있다. 즉 우발적인 행동으로서의 죄가 아닌 습관으로서의 죄는 마음 안에 형성된 죄된 성향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이 이러한 방식으로 마음의 성향 안에서 선택하는 인간의 의지의 활동은 제약을 받게 되는데 이 자체가 인간 의지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것은 도덕적 행위자 자신의 책임으로 귀착된다.

 

 

7. 죄 죽임에 있어서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의지

존 오웬의 신학에 있어서 성화되어 가는 인간은 결코 이러한 은혜 작용에 있어서 피동적인 대상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은혜 언약 안에서 죄를 이길 수 있는 무한한 은혜의 공급이 약속되어 있지만 인간 안에 주어진 거룩한 은혜의 모든 작용은 결코 인간의 의지 작용을 초월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화에 있어서 하나님의 은혜와 신자의 의지 작용 사이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성화에 있어서) 성령은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역사하시며 우리 없이 우리를 거슬러 역사하시지 않는다(He works in us and with us, not without us and against us).”

오웬은 신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가 죄 죽임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죄 죽임이 없는 모든 선행과 봉사는 하나님을 향한 적대감을 지닌 채 이루어지는 것들이므로 진정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며 그러한 행실이 주는 복음적인 유익도 영혼과 마음 안에서 누리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마지막으로 죄 죽임의 실천에 약속되어 있는 생명에 대해 생각해보자. 존 오웬은 신자가 누리는 영적 생명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은혜의 보증과 성장 그리고 평안의 향유이다. 죽지 않은 죄는 신자 안에서 끊임없이 존재하며 그 영혼을 약화시킨다. 그의 지성의 사고를 어지럽혀 올바른 판단과 정당한 추론을 방해하며 그의 정서를 뒤엉키게 하여 의지가 지성의 판단에서 벗어나게 한다. 결국 신자 안에서 죽임 당하지 않는 죄는 영혼을 어둡게 하고 신자로 하여금 은혜 안에서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죄 죽임이 없는 생활은 신자에게 잠시 죄의 즐거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진정한 평화를 앗아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죄 죽임의 실천은 이러한 죄의 방해를 물리치고 주께서 약속하신 영적 생명을 누리게 한다. 신자는 이러한 죄 죽임의 실천을 매일매일 헌신해야 하며 여기에 두 가지 자세가 요청되는데 일체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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